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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
김혜경
“한국어로 글쓰기를 배우고 모국어로 글쓰기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글쓰기 과제는 기초반이 시작되는 학기 초부터 시작된다. 학생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글쓰기가 처음부터 쓰기 연습의 중심이 되어 학기동안 여러 장르의 글을 접하고 직접 써 보면 학기가 끝날 무렵이면 그동안 갈고 닦은 한국어를 십분 발휘해 한국어 수업에 대한 감상문을 자유롭게 써 보도록 하고 있다. 언어 교육 과정 중에 글쓰기 교육 과정이란 것이 본디 다른 언어 학습 과정 중에 가장 어려운 과정이라서 선생님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대부분 과제가 과정 중심의 쓰기 교육에 초점을 맞춘 쓰기 과제이다 보니 학생들에게 맞춰 글의 장르를 선택하고 검토하고 다듬기를 거쳐 마침내 글이 완성되는 점차적인 교육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따금 우수한 학생들의 한국어 글쓰기 솜씨도 볼 수 있는데 오늘은 한 학생의 훌륭한 글솜씨를 소개해 볼까 한다.
한국어 수업에 대한 감상문에 학생들은 꽤 진지하고 솔직하게 자신들의 소감들을 적어 냈다. 학생들 작문을 읽을 때면 오류 하나하나를 수정하느라 작문 내용에 소홀해질 때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 감상문을 읽을 때는 나의 모습이 사뭇 달랐다. 작문에서 발견된 오류 수정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학생들이 쓴 작문 내용에 푹 빠져버려 있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학생들의 솔직한 느낌들을 읽고 있어서일 수도 있고, 현저하게 준 오류의 양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래의 글은 메리(가명)라는 필리핀계 미국인 학생이 쓴 글의 앞부분이다. 좀처럼 한국에 대한 열의가 식을 줄 모르는 열정적인 여학생이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던 메리는 처음엔 한국어를 무척 어려워했으나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꾸준히 열심히 하고 있는 여학생이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학생은 간단한 한국어 어순은 물론 적절한 연결 접속어 사용법에 능숙해 있으며 시제 변화와 어미활용에도 꽤 익숙해 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모두가 동감하리라 생각되는 한국어의 불규칙 동사 활용은 이 학생에게도 고충인 듯은 하나 아직 배우지 않은 표현 사용에도 도전해 보려고 하는 것이 기특하기까지 하다. 더욱 칭찬할 만한 것은 한 장 남짓한 감상문에서 발견된 동사 활용 오류는 오직 두 개뿐이었고 “우리”라는 한국 문화어 사용법도 아주 잘 익히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의 한국어 학습자들의 가장 힘든 듣기 연습과 습득한 한국어를 활용할 기회가 월등하게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노력해 온 메리의 한국어 실력은 글쓰기에서도 엿볼 수 있어 과히 칭찬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리의 한국어 불규칙 동사 오류 수정은 불가피하다. 자유로운 글쓰기 학습의 전 단계로써 매우 중요하고 어느 언어로든 논리 정연한 필자가 되기 위해선 정확한 언어 규칙 지식을 요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자주 범하는 한국어 규칙의 오류는 메리의 한국어의 불규칙 동사 활용뿐만 아니라 격조사의 곡용에서도 오류를 자주 볼 수 있다. 기초반 맥스(가명)의 글쓰기 과제 (김밥 만드는 법)에 나타난 오류를 보면 주격 조사 이/가의 습득이 완전하다고 볼 수 없다. “이번 한국어 수업에서 김밥이 만들었어요. 먼저 오이를 잘라요. 그리고 소금이 섞어요. 그리고 닦광을 잘라요. 5개 달걀하고 소금을 섞어요.” 한국어의 주격 조사의 특이성은 거의 기초반에서 습득하게 되는데 중급반의 학생들에게도 자주 나타나는 오류이기도 하다. 이런 오류는 한국계 미국인 학생과 외국계 미국인 학생 모두에게 서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한국어 주격 조사의 성격이 참으로 독특하기 때문일 것이다. 첫 째로 받침 유무에 따라 주격 조사의 쓰이는 종류가 다르며 구어체에서는 자주 생략되고 다른 격조사로 대치 가능하며 자기를 처음으로 소개할 때는 쓰이지 않고, 있다/없다에는 꼭 “이/가”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 모어자들에게는 더없이 희한하고 어려운 언어 규칙이 아닐 수 없다. 영어로는 ‘Do you have a time?’ (이 때 time은 목적격이지만) 한국어에서는 ‘시간이 있어요?’에서 처럼 ‘이’를 사용해 주격이다.
어느 학자는 이러한 한국어의 언어 규칙 사용의 오류를 줄이고 정확성을 위해서 반복적인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고 연계된 학습 활동으로 정확성과 적합성을 인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기억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외국어로 글쓰기란 모국어 글쓰기 능력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모국어 글쓰기에 대한 규칙이 없다면 외국어로써의 글쓰기는 더욱 더 혼란스럽고 비생산적인 과정이 될 것라고 했다.
“한국어를 배우고 글쓰기를 하면서 모국어인 영어로 글쓰기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어요.”
메리 감상문의 맨 끝에 씌여진 마지막 문장이다. 맨 처음 쓰기 과제를 받고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냐며 어정쩡한 표정을 짓던 메리의 모습을 떠 올리며 감상문 읽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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