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전체를 통해서, 이 시의 화자는 불행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 표현을 반어라고 해 버리면 화자의 본심이 시 전체의 내용과 반대되기 때문에 성립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저 표현은 반어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역설일까요? 만약 이 문장이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행복하다
라면 누가 봐도 역설입니다. 그것은 불행의 의미역과 행복의 의미역에 모순관계가 쉽게 눈에 띄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불행’과 ‘감사’의 의미에는 직접적인 의미의 모순이 눈에 띄지 않고 어렴풋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래서 역설이라고 말하기가 주저되는 것입니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의미의 성분분석입니다. 불행에는 여러 의미가 있지만 그 중에서 [-긍정성]이 포함될 것이고, 감사에도 여러 의미가 있지만 그 중에서 [+긍정성]이 포함될 것입니다. 이 둘이 동시에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에 역설이 되는 것이지요.
‘원형적 의미·개념적 의미’의 모순에 의한 표현에서는 역설이 뚜렷하게 눈에 띄고, ‘주변적 의미·환기적 의미’의 모순에 의한 표현에서는 역설이 희미해져서 반어와 혼동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