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원리와 전략을 책으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직접 느껴보는 수업입니다.
두 시간씩 묶어서 하는 수업은 기말고사 후에 독서 시간에 한 번씩 해봤는데요,, 2012년 교육청에서에서는 교과별로 무조건 블럭타임 수업을 하라는 거예요. 교과별로 한 명만 대표로 하고 교육청에는 했다는 시늉만 하면 된다기에 제가 받아 왔습니다.
관련 단원은 (창비)국어 3-1 4. 협상과 연설 (1) 협상
(1) 4인1조를 짠다. 모둠별로 1,000원씩 준다.(피같은 내 돈 ㅠㅠ) 콩나물을 최대한 많이 사오는 모둠이 이기는 걸로 하고 협상 과정은 동영상으로 녹화하고 한 명은 협상 중에 오가는 말을 글로 적어 온다.
(2) 아이들과 함께 걸어서 남항시장으로 출발하였습니다. ㅋ
(3) 아이들은 맘씨 좋은 주인을 찾아 가게를 고르기 위해 돌아다니거나 벌써 협상을 시작합니다. 사진을 찍어 주면서 돌아다니다가 적절한 시점에 돌아옵니다.
(4) 과학실에서 저울을 빌려 조별로 무게를 답니다. 콩나물 천원어치가 580g 에서 1.5kg 까지라니 협상의 힘은 대단해요 ㅋ 1등한 모둠에게 콩나물을 몰아줍니다. 1등한 모둠은 콩나물을 4명이서 나눠 가지고 집에 가서 국 끓여 먹거나 무쳐 먹습니다.
(5) 모둠별로 콩나물을 많이 사기 위해 사용한 전략을 학습지에 정리하고 발표합니다. 조르기, 애교부리기, 노래하기, 안마해주기, 단골되겠다고 약속하기, 불쌍한 척하기 등등이 나왔는데, 1등한 모둠의 전략은.. '아는 집에 간다'였습니다. 아는 집에 가서 우리 1등해야 되니까 최대한 많이 주세요. 한 마디로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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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꼼수 같지만 저것이 현실입니다. 책에서 협상 이론을 아무리 잘 배워도 현실에선 그대로 되지 않습니다. 회사이 사원 중에서, 연봉 협상 능력이 뛰어난 협상의 달인이 연봉을 많이 받을까요, 자기 아빠 회사에 취직한 사원이 연봉을 많이 받을까요?
* 마찬가지로 단체교섭과 같은 사용자와 노조의 협상은, 협상장에서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협상이 시작되기 전 모든 노동자는 작업장에서 "현수막 걸기, 교섭속보 발행, 리본달기, 대자보 부착, 조끼입기, 노동가부르기, 중식 시간 집회" 등을 통해서 이미 분위기를 형성하고 기선제압을 해야 합니다.
* 전쟁을 일으켜 승리를 가져올 때까지 싸우는 게 훌륭한 병법가인 것 같지만, 진정 훌륭한 병법가는 승리할 수 있는 전쟁만 일으키는 사람입니다.
* 구체적인 협상 요령은 첨부파일의 9쪽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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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와서 보니 '협상' 단원은 청소년의 '노동 인권'과 통합하여 재구성해도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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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나물 천원어치를 사오는 협상에서 "수행평가로 사러 왔어요. 싱싱하지 않아도 되니 많이만 주세요." 등의 말을 한 팀이 공통적으로 하위권이 되었다. 콩나물 아줌마는 콩나물을 많이 받아들고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가 아니라, 내가 판 콩나물로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서 먹는 모습을 상상할 때 보람과 긍지를 느끼지 않을까? 즉, 콩나물로 음식을 만드는 본래의 목적 이외의 목적으로 콩나물을 사가려는 아이들에게는 본능적으로 많이 주고 싶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