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만화]피아노
  • 관리자
  • 작성일 : 2018-06-17 20:29:55
    대학 다닐 때 교육학이 부전공이라서 교육 심리 수업을 교육학과 학생들과 같이 들었다. 교수님이 영화 <피아노>를 보고 프로이드의 이드-에고-슈퍼에고를 각 인물에 적용하여 분석해 보라고 했다. 프로이드 이론과 피아노 줄거리를 대응하여 잘 설명하고 나서, 수업 끝날 때 '피아노(이드)-에이다(에고)-남편과 딸(수퍼에고)'에 대응시키라고 말하려다, 교수님은 말이 헛나와서 '에이다'가 '이드'라고 말하였다. 
    다음 시간에 과제를 검사할 때 교수님이 말했다.
    "피아노가 이드고, 에이다가 에고, 남편이랑 딸이 수퍼에고라고 보니까 딱 들어맞지요?"
    학생들이 어리둥절해서 반문했다.
    "교수님이 에이다가 이드라고 하셨는데요?"
    "내가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에이다'를 '이드'에 대응하여 분석을 해왔다. 나는 교수님이 말이 헛나온 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네, 교수님이 에이다가 에고라고 말씀하시려다가 이드라고 설명하셨어요."
    교육학과 학생들은 그 학기 내내 나보고 잘난 척한다고 수군거렸다.

    <영화 '피아노'의 프로이드적 해석>
    프로이드는 인간의 성격이 id, ego, superego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다. 이드는 본능적 충동의 측면으로 쾌락원칙에 지배받는다. 에고는 행동을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도록 통제하는 성격의 부분으로 현실원리에 지배를 받는다. 수퍼에고는 사회 전통적 가치와 부모의 상벌체계의 학습에 의해서 생기는 것으로 이상이나 도덕의 원리에 의해 지배된다. 이드의 욕구가 불총족되면 신경적 불안이 오고, 에고가 이드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에는 현실적 불안이 오고 수퍼에고가 이드에 의해 위협받을 때 도덕적 불안이 발생한다. 
    영화 '피아노'에 나오는 주요 character는 주인공 에이다, 남편 스튜어트, 딸 프로라, 정부 베인즈, 에이다의 피아노라 볼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세 가지 성격의 측면을 가지고 있어서 내적인 갈등에 빠지기도 하는데 '피아노'는 그러안 인간 내부의 갈등을 외적인 갈등으로 치환시켜 놓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에고가 건전해서 이드와 수퍼에고를 잘 조화시키면 건전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영화속 주인공 에이다는 에고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본인의 의사와 관계 없는 곳으로 시집을 갔다거나 꽉 조이는 hoopskirt를 입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처음 바다를 건너 해변에 닿았을 때 피아노는 궤짝에 갇힌 채 남편 스튜어트에게서 버림받았다. 스튜어트가 피아노를 억압하고 있는 형태로 억압은 에너지의 분출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에이다도 손가락을 넣어서 피아노(이드)를 욕망한다. 이 때 분출되는 에너지는 Libido라고 볼 수 있는데 리비도가 분출된 형태가 에이다가 베인즈를 사랑하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피아노는 에이다의 억압된 id고 그것을 억압하는 스튜어트는 superego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수퍼에고는 감시와 처벌의 역할을 하는데 딸 프로라가 그 중에서도 감시하고 충고하는 수퍼에고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끊임없이 에이다가 베인즈를 못 만나게 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극 중에서 프로라는 자주 날개달린 천사의 옷을 입고 다니는 것도 수퍼에고의 역할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에이다, 즉 에고 역시 수퍼에고에 의해 억압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지나친 억압이 에고를 건전하지 못한 상태로 만든 것 같다. 에고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수퍼에고의 끊임없는 충고에도 이드를 추구하게 되고 마침내 스튜어트에 의해 손가락을 잘리게 된다. 수퍼에고의 가혹한 면인 처벌의 역할이 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손가락은 해변 장면에서와 마찬가지로 궤짝 속의 피아노와 궤짝 밖의 에이다를 연결해 주던 매개체였으므로 손가락이 잘리는 것은 에고와 이드의 단절을 뜻하고 에고는 수퍼에고를 따라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 때 남편 스튜어트는 자기말을 잘 들을 수 밖에 없게 된 에이다를 더 이상 지배하려 하지 않고 자유롭게 해 준다. 그로써 에고가 제기능을 다하는 건전한 상태로 돌아온다. 수퍼에고에 의해 억압받는 에고가 아니라 수퍼에고와 이드를 적절히 조정할 수 있는 에고가 되어 다른 마을로 배를 타고 가다가, 에이다는 피아노를 무의식의 상징인 바다속에 버린다. 피아노는 에이다에게는 이드의 상징이므로 에고는 더 이상 무분별하게 이드를 추구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돌연 피아노와 함께 무의식의 세계로 가라앉아 버리고 싶어한다. 이는 이드에의 마지막 미련을 보여주나 결국은 다시 물 위로 올라옴으로써 이드는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에이다의 표정은 여전히 밝지 못하다. 또 다른 수퍼에고에 의한 억압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무의식의 표현인 꿈 속에서 자신이 이드의 상징인 피아노와 함께 무의식의 세계 속에 잠겨있는 모습을 본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2002/01/02 Wed 23:03:22



[처음] [3] [4] [5] [6] [7] [8] [9] [10] [11] [12] [끝]

작성자   제목   내용  
본 사이트에는 게시판이 5개 있습니다. 원하는 자료가 안 보이면 전체 게시판에서 검색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