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시] 아지매는 할매 되고
  • 관리자
  • 작성일 : 2019-08-12 05:43:31
    아지매는 할매 되고
     
      허홍구
     
     
      염매시장 단골술집에서
      입담 좋은 선배와 술을 마실 때였다
     
      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
      안주 하나 더 시키면 술 떨어지고
      이것저것 다 시키다보면 돈 떨어질 테고
      얼굴이 곰보인 주모에게 선배가 수작을 부린다
      “아지매, 아지매 서비스 안주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주모가 뭐 그냥 주모가 되었겠는가
      묵 한 사발하고 김치 깍두기를 놓으면서 하는 말
      “안주 안 주고 잡아먹히는 게 더 낫지만
      나 같은 사람을 잡아먹을라 카는 그게 고마워서
      오늘 술값은 안 받아도 좋다” 하고 얼굴을 붉혔다
     
      십수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집을 찾았다
      아줌마집은 할매집으로 바뀌었고
      우린 그때의 농담을 다시 늘어놓았다
      아지매는 할매 되어 안타깝다는 듯이
     
      “지랄한다 묵을라면 진작 묵지”
     
      -『사랑하는 영혼은 행복합니다』(북랜드, 2019)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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