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춘향전
  • 관리자
  • 작성일 : 2018-06-07 03:25:28
    이도령 책 읽는 부분.

    정신을 겨우 차려 방자를 불러,
    「이애, 방자야. 이러다는 나 죽겠다. 후응을 하여 보게 서책이나 가져오라.」
    방자가,
    「예.」
    하더니 온갖 서책 다 드릴 제, 중용ㆍ 대학ㆍ 논어ㆍ 맹자ㆍ 시전ㆍ 서전ㆍ 주역ㆍ 예기 질질이 드려 놓으니, 차례로 읽어 갈 제 글에는 정신 없고 춘향만 생각하여 놀이글로 때워 간다.
    「시전부터 읽어 보자. 관관저구 재하지주요, 요조숙녀 군자호구. 우리 춘향 내짝이지. 서전을 읽어 보자. 왈약계고제요한데, 우리 춘향 보시니까. 주역을 읽어 보자. 건은 원코 형코 이코 정코 춘향이 코 두 코를 마주 대니 좋고. 삼경은 문력 세니 어려워 못 읽겠다. 사략이나 읽어 보자. 태고라 천황씨는 이쑥떡으로 왕하여.」
    방자 허허 웃고,
    「서울 사략 시골 사략이 판 속이 다르구려. 남원 사략에는 태고 천황씨가 목덕으로 왕 했는데 쑥떡 말이 웬 말이오.」
    「천황씨 만팔천세, 나이 오죽 많으시냐. 말년에 낙치하셔 목떡은 못잡숫고 무른 것을 잡숫노라 쑥떡만 찾았으니 관학에서 공론 나서 사략판을 고쳤기로 각도 각읍 통문 났다. 아서라, 줄글 책 글자로 바로 읽자.」
    「하늘 천 따 지.」
    방자가 또 웃어,
    「양반님은 치되는데 도령님은 내리되오. 삼경 읽다 사략 읽다 이 번은 천자 읽소.」
    「얘야, 네 모른다. 천자라 하는 것이 칠서의 조상이라 별별 맛이 다 있으니 내 읽을께 들어 보라. 자시에 생천하니 광대 무변 호호 탕탕 하늘 천. 축시에 생지하니 만물장생 따 지. 삼월춘풍 호시절에 현조남남 감을 현. 금ㆍ 목ㆍ 수ㆍ 화 오행 중에 토지정색 누르 황. 금풍삽이석기하니 옥우쟁영 집 우. 안득광하십만간에 살기 좋은 집 주. 구년치수 어이하리 하우천지 넓을 홍. 세상만물 믿지 마소 황당하다 거칠 황. 요간부상 삼백척에 번뜻 돋아 날 일. 일락함지 저문 날에 월상동곡 달 월. 화당 빈객 좋은 잔치 유쥬영준 찰 영. 부귀영화 자랑마소, 일중즉측 기울 측. 하도낙서 잠간 보니, 일월성진 별 진. 원앙금침 펼쳐 놓고 훨훨 벗고 잘 숙. 양각 번뜻 추켜드니 사양말고 벌일 열. 둥뚱덩 입 맞추니 온갖 정담 베풀 장. 달 가운데 있는 집 남원에 와 다시 보니, 광한루란 찰 한. 추천하던 우리 춘향 방자 따라 올 래. 옥 얼굴에 구슬땀은 좀 애썼나 더울 서. 황혼으로 기약하고 춘향 먼저 갈 왕. 어서 다시 보고 싶어 일각삼추 가을 추. 무엇으로 우흥하고 만권서책 거둘 수. 놀이글 하루 공부삼동 족히 겨울 동. 대문대문 다 보아도 모두 춘향 감출 장. 오늘 해 그리 기니 운시든가 부를 윤. 묻고 묻고 또 물어도, 해가 그저 남을 여. 이성지합 좋을씨고 춘향 성자이룰 성. 다정한 우리 부부 백세해로 햇 세. 금슬종고 즐길 적에 오음육률 법중 율. 춘향입이 내 입하고 두 입 한데 붙었으면 법중 여자 이 아니냐.」
    고함 질러 놓으니, 이 때 사또님이 대청에서 걸으시다 어떻게 놀라셨던지 뒷궁둥을 하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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