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방학하는 날 - 도종환
  • 관리자
  • 작성일 : 2018-05-04 13:59:33

    방학하는 날

    도종환

    겨울 다 지나고
    내년 이월 설도 쇠고 나서야 볼 텐데
    방학동안 너희 보고 싶어지면 어떻게 하니
    내가 그렇게 말을 하자
    아이들은 책상을 치며
    깔깔대며 웃는다.
    보고 싶긴 뭐가 보고 싶으냐고
    소리를 지르며
    눈쌓인 창 밖을 내다보며
    빨리 끝내 달라고 조른다.
    숙제와 방학생활표를 받아들고
    서둘러 아이들이 교실을 빠져나간 뒤부터
    아이들이 보고 싶어진다.
    아이들과 내가 연애를 하나보다.
    그런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헤어져야 하는 건데
    방학동안 떨어져 있는 것도
    이리 서운하니 그땐 어떻게
    이 아이들과 헤어지나
    그런 생각을 하며 창문을 닫는다.
    창문을 닫으면서도
    아이들이 보고 싶어진다.
    흐트러진 책상을 바로 놓으면서도
    신발장에 붙은 이름표를 하나씩 읽어가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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