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 2020-10-14 14:56:30, 164.xxx.143.xxx )

저도 어디서부터 뭘 알려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엘리엇이 말한 객관적상관물은 일단 저도 알고, 질문자도 이해하실 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상관물이라는 개념은 그 뒤에 여러 학자에 의해서 더 깊이 연구되었고, 결국 한국 문학 교육 이론(한국 문학 이론과는 또 다른)에서는 너무나 혼란스럽게 되어 있어서 제가 '맞다' '안 맞다' 말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맞다는 근거가 10개쯤 되고 아니라는 근거가 10개쯤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시 <진달래꽃>에서 소재 '진달래꽃'은 객관적 상관물이 아닙니다. '풀벌레 소리'도 좀 어렵지요. 어떤 풀벌레 소리인지에 따라서 달라지니까요.
'감정이입' 자체는 객관적 상관물과 좀 층위가 다른데, '슬피 운다', '섧게 운다' 같은 용언이 아니라 말 그대로 "대상"이 객관적 상관물이고 거기에 감정이입을 하고 안 하고는 판단의 기준으로 삼지는 않아요.
일단 저는 무엇보다도 원래 개념으로 돌아간다면 객관적 상관물은 '사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정서를 환기시키는 방법'이라는 '기법/수법'보다는 "시가 주관적 감정의 토로로 끝나지 않고 객관적으로 누구라도 그렇게 느낄 만한 대상을 통해 작가와 독자가 같은 정서를 느낄 수 있게 하려면 뭔가 제시된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 '대상'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 <진달래꽃>에서 그냥 '바닥에 뿌려진 진달래꽃'을 볼 때, 작가와 독자가 같은 정서를 느끼기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어요? 풀벌레 소리도 마찬가지고..(풀벌레 소리는 좀 비슷한 정서를 느낄 수도 있겠네요. 적막, 고독, 향토적...) ---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어떤 맥락에서 '객관적 상관물'을 언급하는지에 따라서 10가지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있어서 저는 이만 줄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