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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변] 보는 이와 말하는이
  • 관리자
  • 작성일 : 2022-03-06 21:37:15
    익명 님의 글입니다.
    >보는 이와 말하는 이 어떻게 설명해주시나요?작년에도 비슷한 고민을 한 것 같은데 아직도 명확하게 정리가 안 되어서 답답하네요 ㅠㅠ

    "보는 이"는 순간순간 바뀌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큰 틀로 설명해 주기 애매합니다.
    "말하는 이"는 우리가 흔히 아는 화자나 서술자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기형도의 엄마 걱정에서
    1연 금간 창틈으로 빗소리를 들으며 시든 해를 "보고 있는 건" 어린 화자이고
    그걸 "말해 주는 건" 성인 화자이죠.
    그리고 2연 "내 유년의 윗목"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보는 이'와 '말하는 이'가 일치합니다. 
    이런 미묘한 차이를 아는 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
    어린 화자가 보고 있는 시적 상황에서 전달되는 정서는 "무섭고 외로움"이겠죠.
    어른 화자가 보고 있는 건 뭘까요? '무섭고 외로운 어린 시절의 나 자신'이고, 그때 전달되는 정서는 "불쌍함 애처로움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 등이겠지요.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만 냥을 뀌어 주시기 바랍니다."
    변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만 냥을 내 주었다. 변씨 집의 자제와 손들이 허생을 보니 거지였다. 실띠의 술이 빠져 너덜너덜하고, 갖신의 뒷굽이 자빠졌으며, 쭈그러진 갓에 허름한 도포를 걸치고, 코에서 맑은 콧물이 흘렀다. 허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허생전>은 전체적으로 "말하는 이"와 "보는 이"는 3인칭 객관적 화자로 일치합니다. 그런데 밑줄 친 부분에서 "말하는 이"는 그대로인데 허생을 거지라고 "보는 이"는 변씨집의 식견 없는 사람이죠.
    허생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보여주기 위해 잠시 '관점'을 옮기는 겁니다. '시점'은 안 건드리고요.

    석방 포로 이명준은, 오른편의 곧장 갑판으로 통한 사닥다리를 타고 내려가, 배 뒤쪽 난간에 가서, 거기에 기대어 선다. 담배를 꺼내 물고 라이터를 켜댔으나 바람에 이내 꺼지곤 하여 몇 번이나 그르친 끝에,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오른팔로 얼굴을 가리고 간신히 댕긴다. 그때다. 또 그 눈이다. 배가 떠나고부터 가끔 나타나는 허깨비다. 누군가 엿보고 있다가는, 명준이 휙 돌아보면, 쑥, 숨어 버린다. 헛것인 줄 알게 되고서도 줄곧 멈추지 않는 허깨비다. 이번에는 그 눈은, 뱃간으로 들어가는 문 안쪽에서 이쪽을 지켜보다가, 명준이 고개를 들자 쑥 숨어 버린다. 얼굴이 없는 눈이다.


    소설 광장의 일부입니다. 앞 부분은 보는 이와 말하는 이가 3인칭 서술자입니다.
    그런데 뒷 부분에서 말하는 이는 그대로인데, "보는 눈"은 어느새 '명준'의 인식 속으로 들어와서 헛것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명준이 보는 대로'-보는이-를  명준이 아닌 '3인칭 서술자'-말하는 이-가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죠.

    그때도 김 첨지가 오래간만에 돈을 얻어서 좁쌀 한 되와 십 전짜리 나무 한 단을 사다 주었더니 김 첨지의 말에 의지하면 그 오라질 년이 천방지축으로 남비에 대고 끓였다. 마음은 급하고 불길은 닿지 않아 채 익지도 않은 것을 그 오라질 년이 숟가락은 고만두고 손으로 움켜서 두 뺨에 주먹덩이 같은 혹이 불거지도록 누가 빼앗을 듯이 처박질 하더니만 그날 저녁부터 가슴이 땅긴다, 배가 켕긴다고 눈을 흡뜨고 지랄병을 하였다.


    운수 좋은 날에서 "말하는 이"는 김 첨지의 아내에게 '오라질년' '지랄병'이라는 관점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저 김첨지의 답답한 심경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잠시 "김첨지의 눈"을 빌려 그 상황을 "보고", 그걸 작품 내내 유지되는 "말하는이-서술자-"가 자기 목소리로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교과서에서는
    이렇게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가르치기가 까다로워서, 주로
    "말하는이" 자체가 교체되는 작품을 제기합니다. 작품 내에서 "말하는이"가 바뀌면 당연히 "보는이"도 따라 바뀌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작품 내에서 "파트별"로 말하는 이가 교체되는 경우, 각 "파트 내부"에서는 "보는 이"는 "말하는 이"와 쭉 일치하는 경우가 있어서, 실제로 그런 작품으로는
    보는이와 말하는이의 분리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기에 적절하지 않습니다.
관리자 ( 2022-03-13 15:20:38, 164.xxx.221.xxx )
귀뚜라미에게 받은 짧은 편지(정호승)라는 시가 교과서에 화자를 가르치는 제재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울지 마.엄마 돌아가신 지 언제인데. 너처럼 많이 우는 애는 처음 봤다. 해마다 가을날 밤이 깊으면 갈댓잎 사이로 허옇게 보름달 뜨면 내가 대신 이렇게 울고 있잖아.

귀뚜라미가 "내가 대신 울 테니 넌 좀 그쳐라." 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 시의 화자는 귀뚜라미입니까? 아니죠. 이 편지를 받은, "엄마를 잃은 자식"이 화자입니다. 보는 이는요? 이 화자를 보는 이가 귀뚜라미죠.
1. 귀뚜라미가 본 화자의 모습, 귀뚜라미가 화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담은 편지
2. -를 읽고 있는 화자가 독자에게 "자 여러분 보셔요, 귀뚜라미가 저에게 편지를 썼어요."라고 '말하는 이'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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