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산낙지를 잘 먹는 아이
  • 관리자
  • 작성일 : 2018-03-28 01:08:38


    산낙지를 잘 먹는 아이
     
    원작: 겸디갹
    각색: 김중수
     
    S#1. 식당.
    막이 열리면 테이블(책상) 2개 떨어져서 놓여 있다.
    한 테이블에 엄마, 아빠, 세 살 된 수빈이가 객석을 보며 나란히 앉아 있다.
    옆 테이블에 옆자리아이, 손님1, 손님2, 손님3이 둘러 앉아 밥 먹고 있다.
    수빈이 머리 양갈래 묶음
     
    아빠        : (수빈이에게 장난으로) 으흐흐흐허 이기 바로 산낙지라는 거다. 함 먹어 바라.
    엄마        : 애가 어떻게 먹노. 여보, 와 그라노. (산낙지를 맛있게 먹으며) 아이고 오늘따라 산낙지가 참 맛있네.
    수빈이      : (징그러운 듯 머뭇거리다가 한 입 먹어본다.)
    아빠         : 으허허허 이 새기 이거 잘 먹는데? 으하하하
    엄마         : (놀라며) 어 먹는다 먹는다 진짜 먹는다
    아빠         : 맛있나? 산낙지가 맛있어?
    수빈이       : (꿀꺽 삼키며) 응 맛이쪄
    아빠, 엄마        : 하하하 깔깔깔
    아빠         : (산낙지를 수빈이에게 주며) 자, 니 좋아하는 산낙지 또 있다.
    수빈이       : (꿀꺽 삼킨다)
    아빠         : 킬킬킬킬킬 아기가 산낙지를 먹다니 ㅋㅋㅋ
    엄마         : 어떻게 세 살짜리가 산낙지를 먹지?
    아빠         : (옆 자리 아이한테) 야, 너 산낙지 먹을 줄 아나?
    옆자리아이  : 아니여, 아저씨 그게 먼데여?
    아빠         : (수빈이를 가리키며) 이거 봐라. 우리 애는 잘 먹는다?
    옆자리아이   : 엥, 이게 머에여, 이런 걸 어떻게 먹어여, 이상해여.
    아빠        : (벌떡 일어서며 박수를 한 번 ‘짝’ 친다.) 여러분! 이거 좀 보이소. 우리 아는 이제 세 살인데 산낙지를 잘 먹어요! 희한하지요?
    사람들            : (웅성웅성) 응? 뭐라는 거야?
    아빠         : (수빈이한테) 자 함 무바라.
    수빈이       : (산낙지를 입에 넣고 맛있게 우물우물)
    손님1       : 어떻게 애기가 저걸 먹지?
    손님2       : 하이구야 처음 봤대이
    손님3        : 허 참 신기하네
    옆자리아이   : 어떻게 저러냐?
    손님1        : 식당 열고는 첨 보네.
    손님2        : 산낙지가 맛있나?
    손님3        : 완전 신기하네.
     
     
     
    갑자기 리포터와 VJ가 텔레비전 프레임을 들고 달려서 입장.
    까만색 텔레비전 프레임 안에 수빈이 , 리포터, 아빠 , 손님1 이 서 있다.
    프레임 밖에 VJ가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등을 보이고 서 있다.
    왼쪽 위에 “세상에 이런 일이”로고 붙어 있다.
    (아래 대사가 진행되는 동안, 엄마 , 옆자리아이 , 손님2 , 손님3 은 옆으로 걸어가서 무대의 한쪽에 유치원선생님, 아이1, 아이2, 아이3으로 자리를 잡는다. 선생님은 “색종이 유치원”이라고 적힌 큰 팻말을 머리 위로 들고 서 있는다.)
     
    리포터     : 네 세상에 이런 일이 오늘은 부산 감천동 편입니다. 아버님, 여기 산낙지를 잘 먹는 아기가 있다면서요?
    아빠        : 그럼요. 애 같지가 않다니깐요, 허허허. (산낙지를 수빈이에게 준다) 수빈아, 이거 먹어 봐.
    수빈이      : (맛있게 우물우물) (수빈이 앞에 자막, “박수빈(3세), 산낙지를 잘 먹는 아이.” 뜬다.)
    리포터      : 어머!!
    VJ          : (카메라를 들고) 헐, 짱이네요.
    손님1       : (과장된 리액션) 참 신기하네, 아니 어떻게 애가 산낙지를 다 먹냐? 천재 아냐? (동네주민 앞에 자막, “동네 주민(34세)”)
    리포터      : (수빈이에게) 산낙지가 좋아요, 초콜릿이 좋아요?
    수빈이      : (큰소리로) 산낙지요!
     
    리포터 , VJ , 손님1 , 아빠 퇴장.
    수빈이 는 옆으로 걸어가서 세팅된 유치원 장면으로 들어간다.
     
    S#2 유치원 장면.
    선생님이 앞에 서 있고, 유치원생 3명이 선생님을 보며 바닥에 앉아 있다.
    수빈이 가 들어와서 유치원생 옆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선생님은 “색종이 유치원” 팻말을 바닥에 내려 놓고, 수업을 진행한다.
     
    유·선생님  : 여러분이 잘하는 것 한 가지씩 말해 보세요.
    아이1      : (아기 목소리) 축구여
    아이2     : (아기 목소리) 노래여
    아이3      : (아기 목소리) 그림이여 (아이1, 2, 3은 거의 동시에 말한다.)
    유·선생님   : 다들 잘 말했어요. 발표한 친구들에게 박수~!
    아이들           : (짝짝짝)
    수빈이      : (손을 든다) 저,는,산,낙,지,를,잘,먹,습,니,다!
    유·선생님   : 와 우리 수빈이는 산낙지를 잘 먹는구나. 우리 수빈이한테도 박수~!
    아이들           : (짝짝짝)
     
    수빈이 는 일어나서 아까 텔레비전 프레임이 퇴장한 자리로 되돌아간다. 아빠 도 반대편에서 입장하여 수빈이 과 합류. 동네 주민 도 입장한다.
    아래 대사가 진행되는 동안 유치원 팀은 조용히 퇴장.
     
     
    S#3 길거리 장면.
    아빠 와 수빈이 가 걸어가다가 동네 주민 을 만난다.
     
    수빈이     : (아빠에게) 마트 구경가는 거 너무 재밌다, 아빠. 히히히 신난다.
    동네주민  : 어, 니 테레비에 나왔다 아이가?
    아빠       : (신이 나서) 아이고, 이 분이 우리 수빈이를 알아보시네.
     
    동네주민1 과 동네주민2 무대 밖에서 웅성웅성하면서 모여든다.
     
    동네주민1  : 우와, 산낙지 먹는 애다
    동네주민2  : 아저씨, 사진 같이 찍어도 돼요?
    동네주민   : 야, 커서 천재 되겠다야.
    동네주민1  : 산낙지. 산낙지.
    동네주민2  : 산낙지. 산낙지.
     
    서서히 조명 꺼진다.
     
    (나레이션) 세월이 흘러 수빈이는 초등학생이 되었다.
     
    S#4 교실 장면
    조명 켜지면,
    수빈이 와 친구1 이 책상(아까 그 식당 테이블)에 짝지처럼 앉아 있다. 무대 정면을 향함.
    수빈이 와 친구1 사복 차림. 친구2 는 다른 테이블에 걸터앉아 있다.
    수빈이 머리 풀었다.
     
    친구1     : 수빈아, 니는 뭐 좋아하노?
    수빈이     : 난 산낙지를 잘 먹는다!
    친구1      : 뭐? 그기 머꼬? 흐흐흐
    수빈이     : (당황) 어...
    친구1      : (친구2에게 뛰어가며) 야 우리 피방가서 롤이나 하자
    친구2     : 야 요새 누가 롤하노? 걍 고급 시계나 하자.
    친구1      : 오케이! (친구1, 2 퇴장.)
    수빈이     : (독백) 왜 저러지? 나의 특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 아니었나? 말도 안 돼. 아냐. 그럴 리 없어.
     
    (나레이션) 수빈이는 중학생이 되었다.
     
    수빈이 와 친구3 이 책상에 짝지처럼 앉아 있다. 무대 정면을 향함.
    옆 책상에는 친구4 가 혼자 앉아 있다.(교복차림)
    수빈이 와 친구3 (사복을 벗으면) 교복(춘추복) 차림.
     
    친구3      : 야 수빈아 니는 특기가 뭐꼬?
    수빈이     : 난.. (머뭇거리다) 산낙지를 잘 먹는데..
    친구3      : ㅋㅋ 그게 뭐야? 산낙지는 나도 잘 먹지. 사람들 다 잘 먹는데? 그런 거 말고 진짜 특기 뭐 없냐?
    수빈이     : (침묵)
    친구4      : 선생님 오신다.
    친구3      : (자리로 돌아가며) 야, 수빈아 담 쉬는시간에 말해 줘~.
    수빈이     : (독백) 그럴 수가.. 하지만, 어떻게.. 그런..
    선생님     : (교실로 들어와서 친구3 옆에 선다.) 자 오늘은 108쪽부터 하겠다. 모두 책 펴 봐라.
    수빈이     : (독백 계속)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어.. 흑흑.
    친구3      : (손 들고) 선생님! 수빈이 운대요.
    선생님     : (눈 동그랗게 뜨고) 수빈아 왜 울어?
    친구3      : 몰라요, 그냥 갑자기 울던데요?
    수빈이     : (갑자기 통곡) 으아앙, 엉엉, 훌쩍훌쩍, 엉..엉..
     
    암전.
    어두운 가운데 울음소리 5초간 이어짐.
     
    S#5 집 안.
    불이 켜지면 무대 위에 (아까 식당 장면에서 쓴 그대로) 테이블 2개 놓여있고, 의자들은 1개씩만 남기고 뒤로 치움.
    수빈이 는 한쪽 테이블에 엎드려 있다. 다른 테이블 뒤에는 낙지 배우가 숨어 있지만 객석에서는 안 보임.
     
    수빈이     : (독백) 내가 하나도 특별하지 않다는 게 정말일까? 나는 겨우 산낙지나 잘 먹는.. 쓸 데도 없는 무능력한 쓰레기인가? 내가 천재가 아니라니, 믿을 수 없어... 난 텔레비전에까지 나왔던 애라구..
    엄마       : (입장하며) 수빈아, 산낙지 사 왔다! 좋제? 얼른 나온나, 같이 먹자! (옆 테이블 식탁 위에 접시를 올린다.)
    수빈이     : (부스스 일어나 식탁 앞에 멍하니 앉는다. 산낙지를 먹지는 않고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산낙지 가 말을 하기 시작한다. 낙지 분장을 한 동우가 식탁 뒤에서 벌떡 일어서 수빈이 뒤로 다가온다. (팔을 8개 달아야 함) 수빈이 놀라서 돌아보면
     
    산낙지     : 쓰레기.
                  이 쓰레기에 불과한 놈. 너는 네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천재인 줄 알았지? 하지만 너는 하는 거라고는 고작 산낙지나 잘 먹는 것밖에 없어. 너는 예비 인생 막장에 불과해! 이제 알겠나? 너는 학교를 마치면 아무도 구제할 수 없는 사회의 낙오자가 되고 말거야. (갑자기 팔을 뻗어 수빈이 의 목을 조른다.) 구제불능. 잉여인간!
    수빈이     : (목을 졸려 괴로워한다.)
    엄마       : (산낙지를 못 보고) 수빈아 와 그라노? 산낙지 안 먹나?
    수빈이     : (정신차려 보면 산낙지는 없다. 낙지 분장을 한 배우는 식탁 뒤에 앉아서 사라진다) 네? (어리둥절) 아, 네네..
    엄마       : 야가 와 이라노. 어디 아프나?
    수빈이     : 아, 아니요. 갑자기 좀 피곤해서요. 저는 들어가 쉴래요. 미안해요.
    엄마       : 그래, 그래라. 니 꺼 남겨 놓으께.
     
    암전.
     
    (나레이션) 수빈이는 어른이 되어 면접을 보러 갔다.
     
    S#6 면접장.
    무대 중앙을 중심으로 의자 3개+1개가 마주보고 놓여 있다.
    오른쪽편 의자에 면접관 3명 앉아 있고, 왼쪽편 의자에 가슴에 수험표를 단 수빈이 가 앉아 있다. 무대에서 가장 멀리 앉은 면접관1은 “00대기업 면접 중”이라는 팻말을 높이 들고 있다.
    가운데에 앉은 면접관2 앞에는 책상이 1개 놓여있다.(책상1개는 옆에 설치되어 있음)
    무대에 가장 가까이 앉은 면접관3이 말을 한다. 대사가 시작되면 팻말 내림.
    수빈이 머리 뒤로 한 갈래 묶음
     
    면접관    : (수빈이 에게) 박수빈씨, 여기 보면 워드 자격증이랑 한자 급수가 있네요?
    수빈이     : (씩씩하게) 네, 그렇습니다.
    면접관     : 그런데 취미는 독서인데, 특기를 안 적으셨네요? 어떻게 된 겁니까?
    수빈이     : (눈을 내리깐다.) 아, 저, 그건... (한참 머뭇머뭇) 전,, 저는,,, 사,, 사,, 산,,
    면접관     : 어서 말해 보세요. 누구나 특기 하나쯤은 있는 것 아닙니까. 자신감을 가지세요.
    수빈이     : (고개를 푹 숙이며) 저는 산낙지를 잘 먹어요.
    면접관     : (무표정하게, 몸을 쭉 빼고 고개를 들어 수빈이 를 똑바로 쳐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나는, 구구단을, 잘, 외웁니다.
    수빈이     : (고개를 번쩍 들며, 놀란 듯이) 네?
    면접관     : 나도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온 적이 있다고요.
    수빈이     : 네?! 그럼... (반가움과 놀라움 교차)
    면접관     : 나도 당신과 같은 고통에 빠져 있었어. (3초간 침묵)
                 그러나 나는 그 자학의 고통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자기 계발을 했지. 나는 이제 피아노도 잘 치고, 수학도 잘 하고, 바이올린도 잘 켜고, 트럼펫도 잘 불고, 요리도 잘 하고, 복싱도 잘 하고, 태권도도 잘 하고, 축구도 잘 하고, 게임도 잘 하고, 영어도 잘 하고, 중국어도 잘 하고, 아랍어도 잘해!!!
                  나는 더 이상 구구단만 잘 외우는 인간쓰레기가 아니라고---!!!
    수빈이     : 아,, 아.....
    면접관     : 넌 인간 쓰레기야! 넌 그 동안 얼마든지 너를 발전시킬 기회가 있었어. 네가 인간 쓰레기인 건, 산낙지만 잘 먹어서가 아니야. 산낙지만 잘 먹는 걸 알면서도 그걸 바꾸기 위해서 아무 짓도 안 했기 때문이야.
                  노력 없이 천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나? 멍청한 새끼야! 그렇게 살지 마! 아하하하하하하하하----
    수빈이     : (귀를 막고)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소리 지르다 면접장을 박차고 달려 나간다)
    면접관     : (수빈이를 향해) 멍청한 놈! 나한테서는 도망칠 수 있겠지. 하지만 너 자신으로부터는 도망칠 수 없을 걸!!! 으하하하하하하하----
    수빈이     : (무대 한쪽에 준비된 테이블을 향해 슬로우 모션으로 계속 달린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어느 정도 멀리 왔다고 생각하는지 뒤를 한 번 돌아보고) 헉..헉.. (숨을 몰아쉰다.) (배를 문지르며) 아, 배고프구만.
     
    S#7 식당 장면.
    수빈이 는 근처 식당으로 힘없이 들어간다.(무대 한쪽에 테이블 준비)
    자리를 잡고 앉는다. 식당 이모님 등장.
     
    식당이모   : 뭘 드릴까요?
    수빈이     : 정식 하나요. 산낙지도 추가해주세요.
    식당이모   : 네~
    수빈이     : (한숨 돌리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흠칫 놀라 소리를 지른다.) 앗. 모두가.... 모두가 산낙지를 먹고 있어!! (덜덜 떤다) (자책하듯) 난 뭘 한 거야? (고개를 푹 숙인다)
    식당이모   : (접시를 탁 놓는다) 산낙지 나왔습니다~~
    수빈이    : (멍하니 산낙지를 본다) (갑자기 결심한 듯 산낙지를 손으로 움켜쥐고 입으로 우겨 넣는다. 산낙지를 계속 먹는다. 꾸역꾸역 우웩우웩 하면서 계속 먹는다. 먹다가 숨이 막힌 듯 가슴을 탁탁 치다가 가슴을 움켜쥐고 앞으로 고꾸라진다.)
     
    낙지 분장을 한 배우가 다시 입장해서 팔을 흔들며 춤을 춘다.
    리포터 와 VJ 가 텔레비전 프레임을 들고 다시 입장한다.
    모든 배우들이 다 나와서 웅성거린다.
    “산낙지를 잘 먹는 아이다. / 아이가 산낙지를 먹네. / 이야 대단하다. 천재 아이가?”
     
    식당이모  : (소리를 꽥 지른다.) 119불러 병신들아!! 사람이 쓰러졌잖아!!
     
    무대 위에서 모두 흩어져 뛰어서 퇴장하고 앞으로 엎어진 수빈이 만 홀로 남는다.
     
    암전.
     
    준비물: 책상2(크기 무관), 의자6
    음향: 효과음 없이 녹음된 1파일로 처음부터 끝까지 재생
    조명: 1) 가장 좋은 것은 무대를 좌우로 나누어서 각각 조명을 칠 수 있으면 좋음. 한 무대를 반으로 갈라서 쓸 예정이므로.
    2) 그게 안 되면 전체 조면 켜고 끄고만 해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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