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목소리의 형태
  • 관리자
  • 작성일 : 2018-03-28 01:11:30


    2017 부산광역시 학교폭력 예방 연극대회 2위

    목소리의 형태
     
    원작: 오이마 요시토키
    각색: 김중수
     
     
    때: 2017년 3월~2018년 2월
    곳: 감천중학교 3학년 교실, 청각장애 특수학교 앞 거리.
    등장인물: 미야, 현우, 반장, 담임, 남친구1, 남친구2, 여친구1, 여친구2, 엄마, 학생부장
     
    암전. 현우 핀조명.
    (나레이션) 나는 미야가 싫었다.
     
    조명 켜지면,
    3-1교실. 3월초. 교실에 책상 7개 일렬로 좌측을 향해 배열됨.
    아이들 앉아 있고 맨 뒷자리는 비어있다. 담임은 전학생과 교탁에 서 있다.
     
    담임 : 모두 들으렴 오늘부터 새 친구가 늘었단다. 그럼 자기소개 해 주렴.
    미야 : (침묵)
    담임 : (혼잣말) 아참. (미야를 돌려 자기 입을 보게 한 다음 또박또박 말한다.) 자기소개를 해 주렴.
    미야 : (연습장을 펼쳐 학생들에게 보여준다.) (에코) 처음 뵙겠습니다. 미야라고 합니다.
     
    연습장에는 “처음 뵙겠습니다. 미야라고 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여친구1 : 엥?
    여친구2 : 뭐야 쟤?
    미야 : (연습장을 넘긴다.) (에코) 저는 모두와 이 노트를 통해서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요. 부디 저와 이야기할 때는 이 노트에 적어 주세요. 귀가 들리지 않아요.
     
    암전. 현우 핀조명.
    (나레이션) 내가 어째서 저 녀석을 싫어하냐? 첫 번째 이유. 그냥 왠지 기분 나빠서 참을 수 없었다.
     
    조명 켜지면,
    3-1교실. 국어시간. 3월 하순. 학생들은 책을 보고 있고 여친구1이 서서 책을 읽고 있다.
     
    여친구1 :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집께를 할금 할금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느 집엔 이거 없지?"
    담임 : 좀 크게 읽어라. 그렇게 읽어서야 마음이 전달되겠니?
    여친구1 : (못마땅한 표정으로 앉는다.)
    담임 : 오늘 며칠이지? 27번!
    여친구2 : 미야네.
    남친구1 : 진짜 읽나?
    미야 : 아오 앵액 인는 은오리을 아오는 에가
    친구들 : (작게 웃는다) 킥킥
    담임 : 킥 (웃어놓고 당황하며) 음흠.. 미야 그만하고 앉아라. 다음 8번! 8번이 읽어 봐라.
    현우 : (일어나서 읽는다) 우오우오 웩웩웩 으어으어 웅웅웅
    친구들 : (대놓고 웃는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담임 : 야! 조용히 안 해! 웃는 놈들 가만히 안 둔다. 현우 교무실로 따라 온나!
     
    암전. 현우 핀조명.
    (나레이션) 저 녀석을 싫어하는 두 번째 이유. 모두의 발목을 잡는다.
     
    조명 켜지면,
    3-1교실. 쉬는시간. 4월 중순. 남녀 무리 각각 서 있고, 미야가 연습장을 여친구1에게 보여주고 있다.
     
    미야 : (에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여친구1 : 써 줄게. (종이에 써 준다.)
    미야 : (연습장에 뭐라고 써서 또 보여준다.) (에코) 난 신조어 같은 거 잘 몰라서.. 에바가 무슨 뜻인지 좀 알려줄래?
    여친구2 : (귀찮은 태도) 에 그러니까.. (종이에 써 준다.)
    미야 : (연습장에 뭐라고 써서 또 보여준다.) (에코) 저기, 얘한테 왜 그렇게 말한 거야?
    남친구1 : 선생님 오신다.
     
    아이들, 후다닥 자리에 앉는다.
     
    담임 : 자 오늘은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드러난 반어를 공부해 보자. 반어는 겉으로 드러난 말과 속으로 생각한 뜻이 다른 표현법이야. (칠판 쪽으로 보고 판서한다.)
    미야 : (현우를 쿡 찌른다)
    현우 : (돌아본다)
    미야 : (연습장에 뭐라고 써서 보여준다.) (에코) 선생님이 지금 하신 말씀 좀 글로 적어 줄래? 좀 어려워서.
    현우 : (이를 악물고 작지만 큰소리로) 믈라. 쌤흔테 직즙 믈어 브!
    미야 : (손을 든다.)
    남친구2 : 샘!
    담임 : 왜?
    남친구2 : 미야가 할 말 있대요.
    담임 : 미야 왜?
    미야 : (연습장에 뭐라고 써서 담임에게 보여준다.) (에코) 선생님, 될 수 있으면 저에게 입모양을 보여주면서 설명해 주세요.
    담임 : (귀찮은 태도로 작게 한숨) 휴.. 그래 미안. 반어에 대해서 설명했어.
    암전. 현우 핀조명.
    (나레이션) 세 번째 이유. 우리는 미야에게 지쳐갔다.
     
    조명 켜지면,
    3-1교실. 종례시간. 7월 초순. 담임이 훈화를 하고 있다.
     
    담임 : 이제 기말고사도 끝나고 오늘부터 학교 폭력 예방과 학급별 협동심을 기르는 합창 대회를 연습하겠다. 방과후에 모두 남아서 연습하자. 일등은?
    친구들 : (외친다) 우리 것!
    담임 : 우리는?
    친구들 : (외친다) 하나!
     
    친구들 대형 맞추고. 반장이 나와서 지휘한다.
     
    친구들 : 학교 폭력 이제 그만. 멈춰멈춰! 서로서로 사랑해요. 좋아좋아! 우리 모두 소중해요. 해피해피! 가고 싶은 우리 학교 고고고! 친구야 그만해 너무나 괴로워 찡그린 얼굴도 이제는 안녕~~ (미야 목소리) 우워워워 우웨웨웨
    반장 : (화난) 누가 장난 쳤어?
    현우 : 미얀 거 같은데..
    여친구1 : 미야는 빼야 되지 않나?
    남친구1 : 그러게.
    반장 : 샘, 미야는 빼고 하죠.
    담임 : 아니, 그건 미야가 결정해야지.
    반장 : (미야의 연습장을 획 뺏아 글을 적어 보여준다.) 야, 니 진짜 합창 할 거가?
    미야 : (연습장에 뭐라고 써서 보여준다.) (에코) 응, 하고 싶어.
    친구들 : (실망한) 으어...
     
    암전.
    조명 켜지면,
    3-1교실. 방학식. 아이들 앉아 있고 담임이 훈화를 하고 있다.
     
    담임 : 드디어 방학이다. 1학기 다들 행복하게 보냈지? 오늘부터 즐겁고 건강한 방학 보내. 방학 동안에도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특히 조심하고!
    여친구1 : (여친구2에게 비꼬며) 네네 아주 행복했죠. 합창대회도 꼴찌하고.
    여친구2 : (대놓고 미야를 노려보며) 그러게. 음치가 무슨 노래를 한다고 원.
     
    암전. 현우 핀조명.
    (나레이션) 2학기가 되자 미야는 웃지 않게 되었다. 노트로 대화를 나누는 일도 없어졌다. 쉬는시간에도, 수업시간에도 가만히 마치 굳어진 것처럼 앉아서는 노트에 혼자서 무언가를 쓰고만 있었다.
     
    조명 켜지면,
    3-1교실. 쉬는시간. 미야는 앉아 있고 아이들은 멀리에 뭉쳐있다.
     
    반장 : (큰 목소리로) 재수 없어.
    여친구1 : 야 돌아본다 돌아본다.
    남친구1 : 내가 내기 이겼지?
    현우 : 젠장.
    여친구2 : 야, 역시 들리는 거 아냐?
    남친구2 : 그러니까 지금까지 안 들리는 척한 거 아니냐고.
    여친구1 : (미야 옆으로 지나쳐 가는 듯하더니 귀에서 보청기를 빼낸다.) 잠깐 빌릴게.
    미야 : (매우 당황해서 쳐다보는)
    현우 : 나도 좀 보자.
    여친구1 : 자. (보청기를 건네준다)
    현우 : 앗 더러워~ 뭐가 묻었잖아. (멀리 던져 버린다.)
    미야 : (깜짝 놀라 보청기를 주우러 간다) 우워워
    현우 : 뭐야? 이쪽에 또 있네? (보청기를 잡아 땅긴다.)
    미야 : (귀를 잡으며 주저앉는다.) 악!악~!
    친구들 : 야 피나잖아. 현우 니가 잘못했네. 빨리 사과해.
    반장 : 미야, 괜찮나?
    현우 : (우물쭈물)
    미야 : (연습장에 뭐라고 써서 현우에게 보여준다.) (에코) 미안해.
    현우 : (짜증이 머리끝까지. 연습장을 뺏고는 소리친다.) 아 짱나네 진짜. 할 말 있으면 말로 하라고. 답답해 죽겠으니까.
    미야 : (당황하여 고개 푹 숙인다.) 우.. (갑자기 결심한 듯 손을 뻗어 눈을 질끈 감고 악수하듯이 현우의 손을 잡는다.)
    현우 : (무슨 의미인지 알아내려는 듯 손을 한 번 보고 다시 미야를 뚫어지게 본다.)
     
    미야도 눈을 뜨고 현우를 정면으로 쳐다본다. 현우와 눈이 마주친다. 5초간 침묵.
    현우, 칫, 하며 손을 치우고 연습장을 창밖으로 던진다. 창밖의 연못에 연습장이 풍덩 빠진다.
     
    암전.
     
    조명 켜지면,
    3-1교실. 10월 초. 조례 시간. 담임과 학생부장이 같이 교탁에 서 있다.
    학생부장 : (무덤덤) 오늘 미야가 결석한 건 알지? 사실은 어제 미야 엄마가 전화했다. 전학온지 6개월만에 보청기가 8번 고장났다. 특수 보청기라서 한 개에 300만원이나 한단다. 나는 분명히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본다. 왕따에 가담했거나 목격한 사람은 지금 말해라. 지금 말하면 모든 걸 용서해주겠다. 보청기값도 학교에서 보험으로 처리해 주겠다. 만약 지금 말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해서 2,400만원 물리고, 작은 놀림이나 괴롭힘, 방관한 사람까지 모두 처벌하겠다.
    친구들 : (고개만 푹 숙이고 서로 눈치만 본다.)
    반장 : (벌떡 일어난다) 선생님 현우가 그랬어요.
    담임 : 뭐? 역시!
    현우 : (반장에게 소리 지른다) 니도 했잖아. (남친구1을 가리키며) 니도 했잖아. (담임을 본다) 샘도 같이 웃어놓고!
    담임 : 뭐 임마?
    남친구1 : 뭐? 나는 말렸는데? 내가 그러게 하지 말랬잖아.
    반장 : (눈물 연기) 흑, 현우, 나한테 왜 그래? 내가 반장인데 왕따를 시켰다니, 어떻게 그런...(얼굴을 파묻고 엎드린다.)
    친구들 : 그래, 현우. 너무 심했어. 장난이 도를 넘었잖아. 빨리 반장이랑 미야한테 사과해라. 우우..
    학생부장 : 알았다. 현우, 지금 당장 교무실로 따라 와.
    현우 :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친다.)
     
    암전. 현우 핀조명.
    (나레이션) 내가 고립된 지 1개월이 되었다. 무시부터 시작되어 험담, 장난, 고자질까지. 책상에는 매일 “나쁜 놈”, “악당”, “죽어버려” 이런 낙서가 적히고, 책이 없어지고, 아침에 오면 실내화도 없어졌다. 누군지 짐작은 간다. 증거가 필요하다.
     
    조명 켜지면,
    3-1 교실. 11월 말. 아침. 아무도 없고, 현우, 교탁 뒤에 숨어 있다.
    오른쪽에서 남친구1, 2 입장.
     
    남친구1 : 오늘은 뭐 써줄까? 캬캬 (현우의 책상에 낙서 시작) “죽기 딱~ 좋은 날씨다.”
    남친구2 : (현우의 서랍을 뒤져 책을 꺼내 찢기 시작) 걍 자살하면 좋을 텐데. 크크크
    현우 : (튀어나오며) 잡았다, 요놈! 너희는 내가 학교폭력으로 신고할 거다!
    남친구들 : (뻔뻔하게 웃는다) 어, 들켜버렸네 (놀리는 제스추어) 무서워서 어쩌나?
    현우 : 이 새끼들! (덤벼든다)
     
    현우와 남친구1, 2는 엉겨서 싸우는 것 같더니, 현우가 먼저 쓰러지고 남친구1, 2가 현우를 짓밟는다.
     
    남친구들 : (퇴장하며) 교실에 CCTV가 없어서 어쩌냐 키키키 증거가 없네요~
    현우 : (신음하며 뒹군다) 으으..
    여친구들 : (입장하며) 얘 뭐냐? 쓰레긴가? 에이 씨 걸리적거리네. (도로 퇴장)
     
    (나레이션) 기분 더럽네. 이럴 때 미야는 어땠을까?
     
    현우 : (벌떡 일어나 앉는다. 주위를 둘러본다. 연못으로 들어간다. 미야의 연습장을 꺼낸다. 허둥지둥 한 장씩 읽는다.)
    미야 : (에코) 잘 부탁해. 사이좋게 지내자. 알려줘서 고마워. 내일 봐. 고마워. 조심할게. 알았어. 고마워. 언제나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모두들.
    학생부장 : (연못 옆으로 지나가며) 얌마, 누가 연못에 들어가라대? 빨리 안 나와? 저거 정신.
     
    암전. 현우 핀조명.
    (나레이션) 미야는 졸업식까지 다니지 못하고 전학을 갔다. 며칠 안 보이기에 결석한 줄 알았더니 청각장애 특수학교로 전학 간 거라고 했다. 아무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사라졌다. 안녕이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졸업식날, 나는 학교를 빠지고 특수학교로 갔다. 어차피 우리 반에는 같이 사진 찍을 추억을 함께 나눈 친구는 안 남아 있으니까.
     
    조명 켜지면,
    책상 다 치우고 말끔해진 무대 위. 왼쪽에 미야가 엄마 손을 잡고 졸업장과 꽃다발을 들고 서 있다.
    현우, 오른쪽에서 뛰어와서 미야의 어깨를 잡는다.
    미야, 돌아보면.
     
    현우 : (무릎 짚고 숨을 헉헉) 겨우 찾았다. (품에서 연습장을 꺼낸다.) 네 거야. 돌려줄게.
    엄마 : 미야 친구니??
    미야 : (감동한 눈으로 바라보며 연습장을 꺼낸다.)
    현우 : (미야의 양볼을 손으로 감싸고 눈을 똑바로 보며 또박또박 말한다.) 그때, 서로의 목소리가 들렸다면, (감정 추스르고)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이제야 네 목소리가 들려. 그때, 니가 내 손을 잡았을 때, 한 말. 내가 들었어야 했던 말, 돌려줄게. “내 친구가 되어 주겠니?”
    미야 : (갑자기 결심한 듯 손을 뻗어 눈을 질끈 감고 악수하듯이 현우의 손을 잡는다.)
    현우 : (잠시 미야를 바라보다가 힘차게 손을 위아래로 흔든다.)
     
    막 내린다. 끝.
     
     
     
     
     
     
     
     
    소품: 보청기2(양쪽 귀에 하나씩), 연습장(끈을 달아서 목에 걸고 다님), 마커(연습장에 끼울 수 있는 것), 교과서1(수업 중 읽을 때, 현우 책 찢길 때)
    무대장치: 책상7개, 연못 모양의 걸개그림.(사람이 들어갈 만큼 크고, 가운데에 구멍 뚤림.)
    음향: 미야가 입을 안 움직이고 말을 할 수 있는 미리 녹음된 미야 대사들(에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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