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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법][대화] 감정을 담은 소감문
  • 관리자
  • 작성일 : 2019-02-27 05:00:11
    입으로 듣기와 피드백하기, 칭찬하기를 아이들이 실천하도록 만드는 방법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 맡은 3학년 아이들이 "교원평가"에 이렇게 적어줬습니다.

    3명은 제가 적은 "교육활동소개"를 입으로 듣기 하였고 1명은 "칭찬하기" 3단계(사실-성품-영향력)를 하였네요. 마침 타이밍이 좋았습니다. 10월에 듣기-말하기를 막 열심히 수업하던 직후였으니까요.
    2017년 마지막 
    국어 시간에 1년간 배운점과 느낀점을 썼습니다. 배운점은 따로 쓰고 느낀점은 따로 썼는데, '느낌'이 무엇인지 생각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를 깨달은 아이들이 많은 것 같아서 신기하고 기뻤습니다. '느낌/느낀 점' 자리에 쓴 내용에도 몇 가지 패턴이 보였습니다.

    학생1
    처음 수업하며 “이게 무슨 수업방식이지”라는 색다른 느낌을 받았고 솔직히 너무 별로였다. 하지만 점점 선생님과도 친해지고 수업분위기도 다 집중하고 재밌었던 분위기로 돌아가서 화법부터 너무 수업이 재밌었다.
    말을 하면서 실생활에서도 쓰이면서 활용되는 게 신기했고 서로 기분 나쁘지 않게 말할 수 있었다. 특히 훈민정음을 가르쳐 주실 때 자칫 지루하고 재미없을 수 있는데 너무 재밌게 설명해 주시고 알아듣기 쉽게 말해주셔서 훈민정음을 완전정복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또 글 쓰는 순서라든지 그 순서를 토대로 글쓰기를 하니 수월했다. 그리고 쓰면서도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게 돼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시, 수필, 소설도 내 생각을 담고 경험을 쓸 수 있어서 좋았는데 계속 글 쓰는 게 귀찮았다. 토론도 과정이 귀찮고 다른 모둠과 할 때도 너무 부담되고 딱히 재밌지는 않았어도 조금의 지식을 쌓을 수 있어서 시간낭비는 아니었다. 그래서 뿌듯하다.
    고등학교에서 많이 나오는 어휘는 진짜 정말 대박 리얼 팩트 참 트루 너무 도움이 되었다. 나중에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잘 써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학생2
    처음 국어 선생님을 보았을 때 다른 선생님들과 다르게 느껴졌다. 국어 선생님은 조금 특이하시지만 내가 중학교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국어라는 과목에 흥미가 조금 생겼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때까지 지루한 방식으로 국어 수업을 하던 나를 다르게 바꾸어 주셨다.그래서인지 선생님이 점점 좋아지긴 하는데..
    내가 말을 잘 못해서 발표를 안 했었다. 그 점이 죄송스럽다. 하지만 나는 내 인생의 처음으로 국어가 이런 알고 보면 재밌는 과목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국어 시간에 수행평가가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더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수업을 받으며 어른이 된다면 공부는 내가 하기에 달렸겠지만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처음이자 마지막인 내 인생 16년의 최고의 국어 선생님이셨다. 아니 최고의 스승님이셨다.
     
    학생3
    남다른 교육방식에 흥미가 생겼었고 첫인상이 완전 무서웠고 하지만 잘생기셨고 공부하는데 선생님 제자 오셔서 신기했고 또 광고를 찍을 때 되게 부끄럽기도 했고 신비로웠다.
    그리고 우리가 썼던 시, 소설, 수필, 자서전 등을 책에 실리게 해 저희에게 나누어주셨을 때 진짜 완전 신기했고 재미있었다.
    안내를 부탁합니다 읽을 때 내가 잤는데 깨워서 저에게 읽으라고 시키셨을 때 벙쪘었고 엄청 당황했었다. 훈민정음을 읽을 때 햐! 할 때 선생님 목소리가 높아졌을 때 엄청 웃겼었다.
    선생님 아래에서 공부를 하니까 너무 좋았다.
    독서기록을 내지 않았는데 0점 맞았다. 허무했다. 학원에 그 노트가 있었다. 슬펐다. 이때까지 한 게 너무 아쉬웠다.
    어휘 맨날 하는데 솔직히 조금 지루했다.
     
    학생4
    3학년 처음에 중수쌤이랑 국어를 배운다고 들었을 때 하단중학교에서 오셨단 말이 기억나 하단애들한테 물어봤는데 무섭다 했다. 그래서 나는 짜증나고 화나고 슬프고 힘들고 마음이 아프고 울고 싶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많이 흘러 계속 배워보니 내 성적이 올라가는 걸 보고 기분이 좋고 기쁘고 행복하고 환희에 차고 즐겁고 황홀하고 명랑하고 신비하고 유쾌하고 놀랍고 가슴이 터질 거 같고 여한이 없는 수업이었다.
    이젠 이런 수업을 들을 수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니 미칠 거 같고 외롭고 쓸쓸하고 그립고 허전하고 공허하고 허무하고 어둡고 캄캄하고 적막하고 좌절하고 혼동되고 슬프다. 그래서 계속 이 수업이 듣고 싶어졌다.
    할 말이 있어요 국어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선생님 덕분이에요. 선생님 사랑해요. 선생님 덕분에 힘이 솟아요 화이팅이에요!!

    학생1정도만 돼도 고맙긴 하지만 조금 미묘하고 학생2쯤 돼면 엄청 기쁘고 흐뭇한데 학생3이나 학생4 정도 되면 가르친 보람이 있고 특히 학생4처럼 쓴 몇명의 글은 가슴을 직격하네요^^ 학생3, 4로 갈수록 감정 단어가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2018년에는 2학년을 맡았는데, 1학기에 듣기-말하기 수업을 해 버리는 바람에 교원평가에는 두드러진 게 없었습니다. 대신 지난 주에 2학년 마지막 수업을 하면서 편지를 써 주고 답장을 쓰라고 하였습니다.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니까 답장을 쓰라고 하면서 2학년 마지막 수업을 마쳤습니다. 몇몇 착한 여학생들은 1년 동안 정들었는지 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편지를 자주 써 주는데,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마음리더십을 공부한 뒤로는 편지 쓰는 법이 아주 간단하더라구요.
    "지금 현재 아이들의 감정을 추측해서 적어 준다. 아이들의 감정에 딸린 생각을 추측해서 적어준다. 지금 현재 나의 감정을 써준다.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된 생각을 하나하나 적어준다. 아이들의 행동에서 칭찬할 거리를 골라 사실-성품-영향력의 순서로 하나하나 적어준다. 나의 본심을 말해 준다."
    이렇게 하면 엄청 길면서도 감동적인 편지가 뚝딱뚝딱 만들어집니다. 몇 년 전에 졸업식날 축사를 아이들이 부탁했을 때에도 그렇게 썼습니다. 축사를 낭독하는데  "지금 앉아 있는 여러분은 기분이 ~~ "  하니까 아이들이 모두 빵 터졌지요^^)

    듣기-말하기 대화법을 잘 실천한 학생들의 답장이 보여서 가져옵니다. 기분과 생각과 본심을 잘 표현했지요.

    이렇게만 쓴 아이도 있긴 합니다.

    그리고 뭔가를 되돌아보게 한 편지가 있습니다.

    10월쯤에 갑자기 임시 담임으로 들어가서 2월까지 맡게 된 반이 2학년 1반이고 이 답장을 쓴 아이가 반장이네요. 기분이 어떤가.. 물어봐 주는 게 좋았나 봅니다. 그 사연이 이렇습니다.


    임시 담임으로 들어가니 아이들이 맨날 와서 "쟤가 놀렸어요." "쟤가 떄렸어요." "쟤가 제 물건 안 돌려줘요." "쟤가 내 과자 뺏아 먹어요." "쟤가 청소 안 해요." "쟤가 주번 안 해요." 이러는 겁니다.
    예전 같으면 "쟤가 놀려서 짜증났겠다." "쟤가 때려서 화가 났구나." 했을 텐데, (이 글의 처음에서 밝힌 것처럼) 아이들이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답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어떤가?"
    그러면 아이들이 "짜증나요." 합니다. 그러면 "두 개만 더 해 봐."합니다.
    "억울하고 화가 나요." 합니다. 그러면 "니가 원하는 건 뭐야?"합니다.
    "쟤가 사과하는 거요." 합니다.
    이 정도 하면 이미 아이 표정은 다 풀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쐐기를 박아야 합니다.
    "그래. 잘했다. 이제 이어서 말해 봐. 나한테 말고 쟤한테."
    그러면 아이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니가 놀려서 짜증나고 억울하고 화가 나.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나한테 사과하는 거야."
    이걸 10월부터 2월까지 자습시간 조례시간 쉬는시간 청소시간 종례시간 내내 무한 반복했습니다.
    컵 만들기 체험이 있었습니다.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컵을 만들면 됩니다. 그런데 어떤 아이가 이렇게 만들었습니다.(위 답장을 쓴 2-1반장은 아닙니다.)

    다른 친구들은 다 자기 컵을 만들어서 자기가 가져가는데, 가운데 컵을 만든 아이는 자기 컵을 포기하고 제 얼굴을 그려서 저에게 줍니다. 저 얼굴의 뒷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제 기분은 흐뭇하고 기쁘고 뿌듯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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