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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법]주동과 능동
  • 관리자
  • 작성일 : 2018-06-07 02:08:57
    중3에게 국어의 문법 범주를 가르치고 있다. 시간. 높임. 사동. 피동. 부정인데. 어떤 반에서는 때. 높임. 시킴. 당함. 안함으로 바꿔 가르치기도 한다. 용어를 한자어로 할 거면 '높임'도 '공대'나 '존 경'으로 할 것이지. 교과서의 이런 비일관성들이 가끔씩 신경을 긁는다.
    '사동'. '피동'만 가르치려 했는데 교과서에 '주동'. ‘능동’이라는 말이 있으니 아이들이 묻기 시작한다. 드디어 나왔구나 싶었다. 나도 대학생 때 주동과 능동의 차이가 와 닿지 않았던 생각이 났다.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한 주동과 능동을 한 마디로 설명했다.
    "능동은 당하지 않고 직접 하는 거고. 주동은 시키지 않고 스스로 하는 거."
    "그럼 능동이랑 주동이랑 같은 거예요?"
    능동과 주동은 '한다.'는 점에서 외연은 같고. '당하지 않고 직접'과 '시키지 않고 스스로'라는 점에서 내포는 다르다. 라고 말하려니 정신이 아찔해서 고민 끝에 비유로 설명하였다.

    "어떤 ‘남자’가 있어. 딸이 볼 때는 아빠로 보이고. 아내가 볼 때는 남편으로 보여. 그 남자는 같은 사람이지? 그렇다고 아빠와 '남편'이 같은 말일까?"
    "아니요."
    그렇지만 아이 표정은 밝지 않았고 나도 설명할수록 미궁에 빠졌다. 교무실에 혼자 앉아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 x동 : 아이가 생선을 먹다.
    • 피동: 생선이 아이에게 먹히다.
    • 사동: 엄마가 아이에게 생선을 먹이다.
    저 X동을. '피동'이 바라볼 때는 능둥으로 부르고. '사동'이 바라볼 때는 주동이라고 부른다. 여기까지는 좋다. 도식으로 표현해 보았다.

      빨간 화살표, 파란 화살표만 보면 딸-남자-아내 의 관계와 같다. 그런데 피동의 입장에서 빨간 화살표를 따라 보이는 것은, 능동문일 뿐 아니라 사동문까지 보인다. 마찬가지로 사동이 파란 화살표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주동문뿐만 아니라 피동문까지 보인다.
    즉, ‘능동’은 '비피동'이며 ‘주동’은 ‘비사동’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비피동'에 '능동'이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마치 문장에는 '피동'이 있고 '능동'이 있고. 피동도 능동도 아닌 제3의 문장도 있는 듯 착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이 피동-능동-사동의 3분 체계가 있는 못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러한 3분 체계의 틀을 인식한 학습자는 "그럼 주동은 워지?"라는 혼란에 빠진다.
    이는 선과 악이라는 명칭의 문제와 일치한다. 김용옥 선생에 따르면 동양 고전에 '악'은 원래 없고 ‘선’과 '불선'만이 있었다고 한다. '악'이라는 실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선'이 아닌 '불선'이 곧 악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나는 선하지도 않지만 악하지도 않다."라는 자기 위안의 안일한 마음은 성립할 수 없다. 내가 선을 행하지 않는 이상 이미 '악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철저한 인식이 우리 학문에도 필요하다.
    피동-능동, 사동-주동은 알겠는데 능동-주동은 뭐가 다르냐는 의문은 사범대 국어교육과 학생들에게도 여전히 의문이다. '농동' '주동'은 그 실재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피동', '사동'에 대용할 때만 존재하는 상대적인 '개념'으로만 존재한다. 상대적인 개념에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실재'도 있는 것이라는 착각을 일으긴다. 이제부터 공부할 때는 피동-비피동 사동-비사동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할 때 위의 도식이 이해가 된다. 결국 빨간색 테두리의 범위가 모두 '비피동'이므로 사동도 일종의 능동이다. 파란색 테두리의 범위가 모두 '비사동'이므로 피동도 일종의 주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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