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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해석] 옥상의 민들레꽃, 담론 분석
  • 관리자
  • 작성일 : 2018-03-28 11:36:36
      기득권의 담론은 권력의 유지에 방해되는 담론을 배제한다. 담론의 내용 대 내용으로 정당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고 '헛소리' 등으로 처리해 버리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기득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질 경우 1) 그는 정신에 이상이 있다(김용철 변호사) 2) 다른 목적이 있어서 저런 말을 한다(쇠고기 촛불 집회를 좌파 시위로 매도) 3) 전문 지식도 없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미네르바의 경우) 등의 방식으로 기득권 담론을 유지해 나간다.
       담론 분석은 그러한 기득권의 담론 아래에 묻혀 있는 담론을 끄집어 내어 동등한 자격을 되찾아 주고, 어째서 배제당했는지를 밝혀, 작가의 비판 의식과 주제 의식을 추측해 보는 방식이다. 그래서 '지식의 고고학'이라고 부른다.
       옥상의 민들레꽃에는 명백하게 배제당하는 '나'의 목소리가 있다. 이 작품의 주제가 무엇일까?

    <옥상의 민들레꽃, 담론 분석을 통한 주제 찾기>
     
    김중수
     
    1. 담론이란
    - 말로 표현된 것, 언어 체계로 된 학적 체계를 갖춘 언어(맑시즘)
    - 구조주의의 ‘담론’과는 다른다.
     
    2. 담론의 형성
    - 기득권을 가진 담론은 새로운 담론의 형성을 배제(금지)한다.
    - 외부로부터의 금지: 금지/분할과 배척/진위의 대립
    - 내부로부터의 금지: 주석/저자의 원리/과목의 원리
     
    3. 담론 이론이란
    - 담론 분석을 통해 숨겨진 의미를 드러난 의미와 동등한 지위로 올려주는 것
    - 푸코의 ‘담론의 질서’, ‘지식이 고고학’: 문헌에 전해지는 기록은 불완전한 것(권력에 의해 결정된 것), 숨겨진 담론을 찾는 작업
     
    4. 옥상의 민들레꽃에 적용
    - 담론의 배제
    p.264
    그러나 내가 미처 입도 떼기도 전에 회장이 탁자를 탁 치며 호령을 했습니다.
    “누굽니까? 도대체 누굽니까? 이런 중대한 모임에 어린이를 데리고 온 분이 누굽니까?”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애가 막내라 버릇이 없어서······.”
    - 숨겨진 담론
    p.269
    그리고 살고 싶지 않아 베란다나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할 때에 그것을 막아 주는 건 쇠창살이 아니라 민들레꽃이라는 것도 틀림없습니다. 그것도 내가 겪어서 알고 있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어른들은 끝내 나에게 그 말을 할 기회를 안 주었습니다.
    - 숨겨진 담론의 의미
    p269.
    그러나 그 일을 통해 사람은 언제 살고 싶지 않아지나를 알게 된 것입니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를 없어져 줬으면 할 때에 살고 싶지가 않아집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가족들도 말이나 눈치로 할머니가 안 계셨으면 하고 바랐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 아파트 주민들이 아이의 담론을 배제하는 이유
    (1) 겉으로 보기에는 어른들의 권위주의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교과서에서 그렇게 가르쳐지고 있다.
    (2) 속을 들여다 보면 단순히 권위주의에 의한 배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아이의 담론에서 핵심은 ‘민들레꽃을 심자’ 가 아니라, 할머니가 죽은 원인을 제대로 밝히자는 것이다. 할머니가 죽은 원인은 ‘돌아가신 할머니의 가족들이 말이나 눈치로 할머니가 안 계셨으면 하고 바랐’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주민들이 아이의 담론을 배제하는 이유는, 말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어리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아파트 주민들 자신이 ‘속으로 할머니가 사라졌으면 하고 바랐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인정해 버리면, 결국 할머니가 죽은 집에서는 ‘할머니를 귀찮아 하고 사라지기를 바랐다’는 사실을 밝혀야 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담론의 분석에서 드러난다.
    그렇다면 이들이 왜 ‘할머니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사실을 숨기려고 했을까? ‘아파트값이 떨어지면 안 돼’라는 생각은 드러내놓고 말할 수 있지만, ‘노인네가 귀찮다’는 생각은 드러낼 수 없다. 돈을 숭상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노인을 공경하지 않는 것은 아직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러한 자각이 작품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이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딸과 며느리 역시 노인에게 잘 해주었다는 점을 애써 강조한다.
    p.262
    “무엇을 부족하게 해 드리지 않았습니까?”
    교수님은 울고 있는 아주머니들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따지듯이 말했습니다.
    “아니요, 그런 일 없었습니다. 저희 어머니의 방 냉장고는 늘 어머니께서 즐기시는 음식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옷장엔 사시장철 충분히 갈아입을 수 있는 비단옷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그분의 방이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만, 부족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 방과 똑같은 크기의 방에, 제 방에 있는 건 그분의 방에도 다 있습니다···”
     
    5. 기존의 주제에 대하여
    (1) 물질 만능주의 비판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작품의 화자는 ‘나’이다. ‘나’의 시각은 작가의 시각이고, ‘나’의 담론은 작가의 주제이다. ‘나’는 ‘그것을 막아주는 것은 쇠창살이 아니라 민들레꽃’이라고 말했다. ‘쇠창살’은 아파트 주민들에 의해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물론 그 이유는 아파트값이 내려갈 것을 걱정해서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아파트 주민과 ‘나’는 둘 다 ‘쇠창살’을 반대한다. 표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
    비판 대안
    · 나 : 쇠창살 -> 민들레꽃
    · 어른들: 쇠창살 -> ?
    만약, 어른들이 쇠창살 대신에 ‘노인들에게 풍족한 물질적 혜택을 주자’라고 결론을 내렸으면 이 작품의 주제가 ‘물질 만능주의 비판’으로 설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설 내용에서는 ‘나’가 비판하는 대상이 ‘어른들이 추구하는 물질 만능주의’로 뚜렷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결론 없는 회의를 하면서도 진정 지혜있는 사람의 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는 기성 집단의 ‘허위의식’을 드러내려했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2) 생명의 소중함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나’는 죽고 싶어졌지만 민들레꽃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고 삶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할머니들이 죽고 싶어졌을 때,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민들레꽃을 보면 삶의 소중함을 깨달아 죽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이 작품은 생명의 소중함을 드러내려 했을까?
    작품에서 ‘나’는 아파트 주민들을 비판하는 관점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아파트 주민들도 역시 생명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이유는 아파트값이 내려갈 것을 걱정해서 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아파트 주민과 ‘나’는 둘 다 ‘자살’을 반대한다. 표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
    결론 근거
    · 나 : 자살 중지 <- 생명의 소중함 깨달음
    · 어른들: 자살 중지 <- 아파트값의 하락을 막기 위해
    만약, 작품의 주제가 ‘생명의 소중함’이고, 그래서 ‘나’와 아파트 주민이 똑같이 ‘자살을 막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가 회의장에서 발표를 하지 못한 것이 그렇게 원통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생명은 소중한 것입니다’가, ‘나’가 절실하게 말하고자 했던 핵심 내용도 아닌 것이다.
     
    6. 담론 분석을 통한 주제 찾기
    - 이 작품에서 배제된 담론은 두 가지이다.
    - 담론1: 할머니의 자살을 막으려면 쇠창살 대신 민들레꽃이 필요하다.(정확하게 따지면 쇠창살이 아니라 결론없음이지만, 작품의 마지막에 ‘나’는 어른들의 태도를 ‘쇠창살’로 요약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따르기로 한다.)
    - 담론2: 할머니가 죽은 이유는 세월을 거꾸로 흐르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가족들이 말이나 눈치로 할머니가 안 계셨으면 하고 바랐기 때문이다.
    (1) 담론1에서 주제 도출: 담론1을 중심으로 볼 때, 지배적 담론인 ‘쇠창살’이 숨겨진 담론 ‘민들레꽃’을 배제하고 있다. 우선, 아파트 주민과 ‘나’는 모두 자살은 불행한 일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런데, 그 불행을 막는 방법으로 아파트 주민은 쇠창살을, ‘나’는 민들레꽃을 제시한다. 쇠창살은 타인이 개인의 행동을 제어하는 것을 뜻한다. 민들레꽃은 본인이 스스로의 행동을 제어하는 것을 뜻한다. 아파트 주민의 담론은 ‘불행을 막고 행복을 찾는 것은 외부에서 타인이 준다’는 것이고 ‘나’의 담론은 ‘불행을 막고 행복을 찾는 것은 본인의 내부에서 온다’는 것이다. 물론 ‘나’의 담론은 배제된다.
    ‘행복이 외부에서 오는 것, 타인이 줄 수 있는 것’이라는 담론의 증거는 작품에서도 발견된다.
     
    “아니요, 그런 일 없었습니다. 저희 어머니의 방 냉장고는 늘 어머니께서 즐기시는 음식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옷장엔 사시장철 충분히 갈아입을 수 있는 비단옷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그분의 방이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만, 부족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 방과 똑같은 크기의 방에, 제 방에 있는 건 그분의 방에도 다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행복은 본인이 스스로 느끼는 것’이라는 담론을 배제하는 증거도 작품에서 발견된다.
    “···그랬건만 그분은 늘 불만이셨습니다.”
    “그분은 손자를 업어서 기르고 싶어하셨어요.”
    “그건 안 되죠. 안짱다리가 되니까.”
     
    즉, 할머니들이 외부의 풍족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은 애초에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지각되어 손쉽게 배제되는 것이다. 이 때 배제된 할머니들의 담론은 ‘나’의 담론과 동일한 ‘행복은 본인이 스스로 느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결국 담론1을 중심으로 보면,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 아파트 주민의 담론: 행복은 외부의 조건(이 작품에서는 돈)에 의해 결정된다. 불행을 막는 것도 외부의 강제에 의해 가능하다.
    · ‘나’의 담론: 행복은 자기 스스로의 느낌에 의해 결정된다. 불행을 막는 것도 스스로의 깨달음에 의해 가능하다.
     
    그리고, ‘나’의 담론이 끝내 배제되는 것으로 작품을 마무리함으로써, 작가는 아파트 주민의 담론이 득세하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비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 현대인들은 행복과 불행의 조건을 외부에서만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과 불행은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고 느껴야 한다.
     
    따라서, 이 작품의 주제는 물질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이라기 보다는 행복과 불행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2) 담론2에서 주제 도출: 담론2를 중심으로 볼 때, 지배적 담론인 ‘할머니가 죽은 이유는 세월을 거꾸로 흐르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가 숨겨진 담론 ‘할머니가 죽은 이유는 가족들이 말이나 눈치로 할머니가 안 계셨으면 하고 바랐기 때문이다’를 배제한다. 작가는 대학 교수와 유가족들의 대화를 통해 나름대로 합리적인 결론 즉, ‘예전 모습에 대한 향수로 인한 자살’을 이끌어 내었다. 그래 놓고 마지막에 가서는 ‘나’의 입을 빌려 그 결론은 틀렸다고 말하고, 그 담론을 어른들이 배제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이러한 담론의 배제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할머니가 예전 모습을 그리워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할머니에게 사라지라고 눈치를 줬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월을 거꾸로 돌리지 못하는 것’은 자신에게 책임이 없지만, ‘할머니에게 눈치를 준 것’에는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를 통해 ‘가족들이 할머니를 안 계셨으면 하고 바랐다’는 사실이 발생했고, 그것을 ‘나’가 밝히려 하자 어른들이 그것을 배제하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나’의 입을 빌어 작가가 비판하고자 하는 현실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 현대인들은 할머니를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고 은근히 눈치를 주면서도 물질적으로만 풍족하게 해준 것으로 책임을 면하려 한다.
     
    이 경우, 주제는, 할머니를 진심으로 공경하는 것은 물질적 평안보다는 마음의 평안을 느끼게 해주는 것임을 지적할 수도 있고, 사건은 발생했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외부 환경만을 탓하는 책임 의식의 부재를 비판하는 것으로 잡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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